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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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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8월 11일
![]() 역사 언저리에 걸쳐 있는 글을 보다보면 일본에 의한 서적 약탈, 문헌 소각 운운하는 대목을 흔히 보게 된다. 과장이나 곡해도 없지 않지만 전혀 틀린 말도 아닌지라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사라져 버린 수많은 책들을 생각하면 한숨만 나올 밖에... 그러나... 일본 탓하기 전에 우리가 저지른 짓도 그에 못지 않은 해괴한 수준의 것이 적지 않다. 그 중의 하나가 장서각 소장본 고도서의 폐지 매각 사건이다. 인사동에 자리잡고 있는 헌책방 주인 이모 선생은 1948년 1월 한 중간상인이 펼쳐놓은 책보따리를 보고 경악한다. 속지에 장서각 소장인이 찍혀 있었던 것... 장서각이 어떤 곳인가. 규장각과 함께 조선왕실 도서관과 맥이 닿아있는 대표적인 옛날 책의 보고다. 규장각이나 장서각 둘다 옛날 책의 보물창고지만 군사사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장서각이 더욱 소중할 수 밖에 없다. 장서각에 군사 관련 문헌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 중앙군영의 등록류 등 군사사 관련 자료로만 따질 경우 장서각은 규장각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원래 규장각이 소장하던 책 중에 일부가 장서각에 흘러 들어가 있는 것들도 있고, 장서각에만 있는 유일본들도 적지 않다. 창덕궁 등 여러 곳을 전전하던 장서각 소장 도서는 정문연에서 이름을 바꾼 한국학연에서 현재 소장하고 있다. 지금도 장서각에는 해제조차 되지 않는 책 투성이인 터라 불과 십수년전만해도 장서각에서 귀중본 책을 "발견"했다는 황당한 소식도 어렵잖게 들을 수 있었다. 그만큼 희귀한 책들이 많은 곳이다. 헌책방 주인 수준을 넘어 당대의 문화인이자 학술 연구의 후원자였던 이선생이 장서각 소장 도서의 가치를 모를리 없었다. 중간상인을 닥달해서 출처를 물어보자 동대문 밖 폐지 수집상한테서 나온 것이란 답이 나왔다. 경악한 이선생은 경찰에 신고,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의 조사끝에 밝혀진 사건의 전모는 더 황당했다. 아무개가 1947년 12월 창덕궁에 침입, 장서각의 열쇠를 부숴 버린후 손수레를 들이밀고 책들을 닥치는대로 훔쳐 나왔다. 희귀본 책으로 팔았으면 그나마 문제가 덜했을 것을 가치도 모르는 아무개가 장서각 소장본 책들을 폐지로 팔아버린 것이 사태를 더욱 고약하게 만들었다. 이미 폐지로 팔려버린 책 중에는 적상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도 있었다. 더 경악스러운 일은 폐지로 반출된 장서각 도서 상당수가 전주에 위치한 제지회사로 이미 팔려버렸다는 사실이다. 경찰서와 장서각이 발칵 뒤집혀 제지회사로 달려갔으나 적상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 일부와 고도서 상당수는 이미 재생지로 변해 있었다. 장서각 소장본 도서 목록이 거칠게나마 정리된 것은 1962년 이후 부터다. 1947~1948년 시점에 발생한 장서각 폐지 매각으로 손실된 책은 제대로 목록조차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사진은 현재 장서각에서 소장 중인 "국조정토록"의 표지. 조선 전기의 대외정벌전 경과를 담고 있는 책이다. 한때 이선생의 소장본이었음을 알리는 글씨가 표지 제목 하단에 적혀 있다. 원래 장서각 소장본은 아니고 장서각이 헌책방 중계상에게서 구매한 책 중에 이 책이 있음을 뒤늦게 확인했다.국내에서 유일하게 장서각에서만 소장중인 초희귀 유일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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